장윤정  2015-03-25  1816  45
 혼자 떠난 가미코지....
 


나의 여행은 항상 즉흥적이였다.
이번에도 그냥 생일날 조용히 산에 올라가 밤하늘의 별을 보고 싶었을 뿐이였다.
JT투어 실장님의 첫 질문은 "겨울산행 해보셨어요?" 였다.
겨울산행은 커녕 평소에 등산도 잘 안하는 내가 일본의 북알프스에서 혼자 캠핑을 하겠다니
내가 생각해도 황당하고 어이없긴 하다.
그러고보니 처음 야쿠시마를 간것도 황당하긴 했다.
몸도 맘도 지칠대로 지친 어느날 대상포진까지 걸렸을때 의사선생님께 "저 꼭 가야해요. 그곳에...나무보러 가야해요."라고 고집을 부려서 결국 전날 링거까지 맞고 야쿠시마에 갔었다.
두번째 야쿠시마 여행 또한 혼자인 내가 걱정되어 여행사 직원이 몇번이나 말렸던 기억도...ㅋㅋㅋ
대부분 이정도면 내가 무지 산행을 잘 하거나 용기가 많고,운동신경도 좋은,철두철미한 성격의 사람일거라 생각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난 그와 정반대다.물론 나는 늘 이런 내가 반전매력이라 우기고 있긴하지만...겁도 많고,심한 고소공포증과 물속엔 들어가지도 못하며,평발에 가까운 발바닥으로 조금만 걸어도 쉽게 발이 피로하다.또 심하게 방향감각도 없고, 그렇다고 꼼꼼하게 알아보고 준비해서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다.정말이지 트래킹에 부적합한 사람임엔 틀림없는데...딱하나 모험심과 호기심은 과하다 싶을 정도니...ㅎㅎ
어쨌든 나는 김실장님의 권유로 히라유의 나카무라칸에 머물고 가미코지까지만 갔다오는 걸로 결정을 했고,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출발을 했다.
가미코지에 가기전에 가마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김실장님이 어두울테니 헤드랜턴을 준비해야 할거라 하셨다.1KM가 조금 넘는 긴 터널안은 정말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디선가 좀비가 튀어나올것 같기도 해서 무서웠는데 난 랜턴을 끄기로 했다. 아무것도 안보이니 나의 예민해진 모든 감각에 집중할수 있어 좋을것 같았다.그리고 그순간 어쩌면 터벌 밖의 세상이 더 무서운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면서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터널밖을 나와 스노슈를 신고 가미코지를 향해 걸었다. 스노슈는 생각보다 무겁고 불편했다.'내가 미쳤지!무슨 짓을 한거야!' 혼자 투덜대다가 고개만 들면 펼쳐지는 멋진 설산의 모습을 보면 언제그랬냐는 듯이 감탄을 하며 '역시 잘 왔어'라고 스스로 격려를 하고...중간중간 만난 일본인들은 일본어도 못하는 외국인 여자 혼자서 온 나를 신기한듯이 보다가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고 응원도 해줬다. 드디어 가미코지에 도착! 차가운 눈속에서 내 심장은 더욱더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한참동안 아무도 없는 그곳에 서서 산을 바라보며 바람소리,나무가지가 흔들리는 소리,고요한 호수 소리,그리고 내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 혼자지만 절대 외롭지 않은 그 순간을 맘껏 즐겼다.
그리고 여름에는 꼭 별을 보러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내려왔다. 어딜가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나는 이번에도 그곳에서 황당한 일들을 겪게 되었는데 나카무라칸 사람들과 김실장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서울에 올수 있었다.ㅋㅋㅋ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스스로 준비를 안하면 주위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어 다음번 가미코지캠핑을 위해서 공부를 조금 하기로 했다. 평소 등산과 캠핑을 즐겨하는 오빠와 오랜만에 만나 새벽까지 술을 마시며 이번 여행에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누구나 그렇듯 나역시 바쁜 일상속에 일 밖에 모르며 달려왔다. 화려하고 멋진 사람들을 만나고,창의적인 디자인을 하면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게 싫어졌다.잘생긴 모델들을 보면 멀미가 났고,멋지게 포장된 상품들은 가짜 처럼 느껴졌다.그러면서 내 심장을 잃어버린 기분마저 들었다. 그렇게해서 나의 첫 혼자만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내 심장을 찾기위해,세상에서 "진짜"를 보기위해....
그럼 지금은 심장을 찾았냐고? 아니....
하지만 당분간은 그냥 그 과정을 즐기기로 했다.
늘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면서...

김실장님,사카미상,스가상외 나카무라칸 사람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 ^ 아리가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