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산행에 방한구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여름산행에서도 저체온증이나 피로동사(疲勞凍死) 등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표고가 100m 높아지면 기온은 약 0.6도 내려간다고 한다. 지상이 30도인 여름날이에도 표고 3,000m인 능선은 12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기상이 좋은조건일때 계산이므로, 흐리거나 비가 내리면 10도로 내려가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표고가 높을수록 바람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풍속 1m마다 체감온도는 약 1도 내려간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여름 북알프스의 기온이 10도라고 해도 풍속 10m이상의 강풍이 불면 체감온도는 영하가 된다. 겨울산이라면 풍속 20m정도의 바람이 불어 닥치는 일도 적지 않다. 기온 영하 20도의 능선에서는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떨어진다. 인간의 몸은 추위를 느끼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가슴과 심장, 폐, 간장 등의 중요기관에 피가 모이고, 손발과 귀 등의 말단은 혈류가 나빠져 체온이 낮아진다. 그 상태가 길어지면 말단으로 흐르는 피도 정체되어, 신체의 표층부뿐만 아니라 중요기관이 있는 심층부의 체온도 저하된다. 통상 인체는 약 36도로 일정하지만 항상성이 유지되지 못하면 체온이 점점 저하되어 가는 저체온증으로, 이는 직장온(直腸溫) 등의 중심체온이 35도 이하가 된 상태를 말한다. 그에 따라 신체가 정상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어 심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른다. 저체온증이 되면 신체의 떨림이 시작되어 다리가 후들거리고, 권태, 언어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더 진행되면 정신착란, 의식불명, 심폐정지의 우려가 있다. 위험한 것은 발견이 늦어지는 것이다. 초기증상을 감기나 수면부족, 피로 등에 의한 것으로 착각하는 일이 많다. 정도가 심하지 않은단계 단계에서 적절한 치료가 행해지지 않으면 가속도적으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는 시간이 빨라진다고 한다. 대책은 우선 여름산행에도 방한구를 준비하는 것이다. 신체가 땀이나 비, 눈 등으로 젖으면 현저히 체감온도가 낮아지므로, 땀을 잘 흡수하고 빨리 마르는 기능이 뛰어난 속옷과 비옷을 착용한다. 체온은 두부(頭部)에서 빼앗기기 쉽기 때문에 모자도 필요하다. 또한 재빨리 열로 바꾸어 체온을 높여주는 당분이 많은 행동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만일 병이 발생했다면 이를 빨리 알아차리고, 초기단계에서 정확한 처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발견의 비결은 저체온증의 특징인 신체의 떨림을 간과하지 않는 것이다. 체온의 저하를 감지했던 육체는 내부에서 열을 만들어 보충하려고 전신의 근육을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는 보통의 떨림과는 달라서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래도 체온이 회복되지 않는 때에는 에너지의 낭비를 막기 위해 떨림을 멈추게 된다. 그러므로 떨림이 멎었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회복된 것이 아니라 더욱 증상이 악화되었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는 어쨌든 체온이 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모포나 의류를 겹쳐 입는 등의 방법으로 보온시키고, 바람이 불지 않는 따뜻한 장소에서 안정을 취한다. 증상이 가벼우면 따뜻한 우유 등의 칼로리 흡수에 좋은 음료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좋다. 이때 옛날 영화에 자주 나오는 장면처럼 환자에게 브랜디를 주는 것은 금기다. 알콜이나 커피 등의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는 이뇨효과가 높아, 소변을 배출할 때 체온도 함께 방출시키고 만다. 비뇨는 병의 진행을 조장시킨다. 그리고 저체온증은 청년보다 중고년이 발병하기 쉽다는 것을 가슴에 새겨두자. 또한 저체온증에 이르지 않아도 동사하는 경우가 있다. 히말라야 등 세계 고봉을 답파한 실적이 있는 유명한 등산가가 극히 일반적인 루트에서 사망한 사고가 일찍이 있었다. 그때 그는 밤을세우고 산에 와 보통 상태였다면 문제없었을 등산길 도중에 지쳐버려, 잠시 쉴까하고 등산길 곁에서 잠시 잠들었다. 그리고 잠든 사이 체온이 서서히 떨어져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이것을 ‘피로동사(疲勞凍死)’라고 한다. 그때는 기온도 별로 낮지 않았다. 이처럼 이상상황이 아니어도 컨디션이 나쁘면 동사하는 일이 발생한다. 강인한 등산가라고 해도 사망에 이르게 하는 피로동사. 아무쪼록 컨디션을 조절해서 산행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는 비극적인 교훈이다. 등산가 이와사키겐로(岩崎元郎)씨 저서 틀리기쉬운 것 투성이의 등산서적 에서번역
